고속도로 갓길에 서있던 화물트럭에 들이받은 승용차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습니다.
지난 1월 27일 오후 2시44분쯤 고속도로 터널 구간에 고장으로 멈춰있던 화물트럭에 뒤에 오던 승용차량이 부딪쳐 운전자 A씨가 숨졌습니다. 화물트럭 운전자 B씨는 다치지 않았는데, 법적 책임은 어떻게 될까요.
차체가 높은 화물트럭 뒤에 부딪친 경우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다면 추돌한 후행 승용차량은 화물트럭 밑으로 들어가 매우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건을 보통 '언더라이드' 사고라고 부르는데요. 트럭의 뒷범퍼가 추돌한 승용차량 운전석 높이와 비슷하기 때문에 승용차량 탑승자는 사망 확률이 높아집니다.
보통 추돌사고에선 후행 차량의 책임이 큽니다. 뒤에 오는 차량은 앞서 가는 차량을 잘 살필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더라이드 사고의 경우 후행 차량 운전자가 크게 다치거나 숨지는 반면 갓길에 주정차한 화물트럭 운전자의 경우 이번 사고처럼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습니다. 그만큼 사안에 따라 사망사고라도 화물트럭 운전자의 책임이 과태료에 그치거나 입건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반면 불법행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교통사고 전문가 유용관 변호사는 "'언더라이드'사건의 경우 후행 차량 운전자가 숨졌다고 해서 경찰이 무조건 입건하지는 않는다"며 "화물트럭의 불법성과 실제 도로사정과 발생시간, 피해 정도, 후행차량의 과속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이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20일 낮 12시48분 김포에서 발생한 언더라이드 사건의 경우에도 갓길에 세워둔 화물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은 쏘나타 운전자가 숨졌으나 경찰은 화물차량 운전자 C씨에 대해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고 과태료만 처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시 C씨가 화물 트럭 안에 타고 있지 않았고 대낮인 데다 별다른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불법주정차 차량과의 추돌로 운전자가 사망하는 등 피해가 크거나 야간시간 곡선도로에 주차하고 차량등도 켜지 않는 경우, 시야가 좋지 않고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곳에 불법주정차한 경우 등은 불법주정차 운전자를 형사 입건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처벌하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야간에 2차선 도로 상에 미등이나 차폭등을 켜지 않은 채 화물차를 주차시켜 놓음으로써 오토바이가 추돌, 그 운전자가 사망한 사안에서 위 화물차 운전자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1996. 12. 20. 선고 96도2030 판결)
이번 사건에서도 차량 고장이라는 사유로 주정차가 되지 않는 터널 안에서 불가피하게 차량을 세워둔 경우라면 관련 조치가 미흡했더라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형사 입건이 안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유 변호사는 "더 면밀한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지만 고장이라는 불가피한 경우이고, 후행 차량이 과속이라면 터널 화물트럭 기사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다"면서 "다만 민사상 과실비율에 따른 책임은 져야하는데 통상 후행 차량이 60~80%로 더 크고, 선행 차량이 20~40%"이라고 말했습니다.